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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목 햇살 좋은 날 치매어르신과 이예린 공공후견인을 만나다
    작 성 자 관리자 등록날짜 2018-10-31 16:37
     
     
    “다 좋지. 다 좋아. 매 번 찾아와주고,
    전화해주고 신경써주고, 다 고맙지.”
     
    햇살도 참 좋은 하루였습니다. 지난 24일, (사)시니어희망공동체가 공공후견지원을 통해 돌봄을 진행하고 있는 진** 어르신(서울 양천구 거주)을 찾아뵈었을 때 하신 말씀입니다. 마침, 어르신을 위해 공공후견인이 되어 주신 이예린 선생님(한국여성노인연구소 대표)이 어르신댁 방문을 하신다고 하셔서 재빨리 따라나섰습니다.

    저는 어르신께 제일 먼저 질문을 드렸지요. “후견인이 있어서 가장 좋았던 점이 무엇입니까?”라고요. 어르신은, 
    “다 좋지 뭐, 다 좋아. 요즘 젊은 사람들은 노인 냄새 난다고 근처에도 잘 안 오지 않으려 하잖아. 집 밖에만 있으려하고, 근데 매 번 찾아와주고, 전화해주고, 이야기해주고 고맙지. 마음씨도 예쁘고 다 좋아.” 라고 해맑게 웃으시며 말씀하시네요.

    또, 어르신은
    “모르는 사람이야. 모르는 사람인데, 어느 날 보니 병원일도 다 처리해주고, 정리해주고, 병문안도 계속 와주고, 자주 찾아와주면서 가까워지게 되었지.” 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떻게 이리 좋은 사람을 나에게 연결시켜줬을까. 내가 죽어서도 이 사람(후견인)은 못 잊을거야.”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지난 봄소풍때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시는 진**어르신과 옆에서 너무나 예쁘게 웃고 있는 이예린 공공후견인)


     
    이예린 공공후견인과 인터뷰를 진행하다
     

    (사)시니어희망공동체가 지난 1년동안 저소득 치매독거어르신을 위한 공공후견지원운동을 진행하면서, 공공후견인들로부터 그동안의 후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부터 후견인 선생님들이 어르신들과 보낸 울고 웃었던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Q1. 생소할 수도 있었던 후견제도인데, 특히 후견인이 되신 이유라도?

    A.
    저에게 성년후견제도는 생소하지는 않았습니다. 10년 여 전인 2007년부터 성년후견인 제도를 알았고 관련 학회에 참여하는 등 우리나라에 도입되는 과정에 계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16년에는 발달장애인 공공후견인 교육도 받았는데, 아무래도 저는 노인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보니 2017년 (사)시니어희망공동체에서 주관한 ‘저소득 치매노인을 위한 공공후견인 교육’이 매우 반가웠죠. 교육 이수 후에 송영신 대표님이 후견인을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셔서 응했습니다. 이론보다는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2. 후견인으로 활동하면서 어르신의 삶에 가장 큰 변화를 준 일이 있으시다면?

    A.
    삶에 가장 큰 변화를 준 일이라기보다는 후견인으로서 어르신의 삶에 가장 크게 개입했던 일이라고 하는 표현이 맞겠지요.

    어르신이 지난 작년 연말에 요추 골절로 응급실에 실려 가시고 입원 치료를 하고 치료 후 회복을 하는 과정에서 ‘후견인만이 내 실질적인 보호자가 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절감하셨을 겁니다. 역설적이게도 피후견인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저에 대한 신뢰 수준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죠.

    그 때까지 복지관이나 주민센터를 통해 연결되어 자원봉사나 업무로 피후견인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분들은 있었고, 그분들이 방에서 넘어져 골절되신 어르신에게 병원치료가 시급하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까지는 가능했지만, 실제 응급실 수속을 밟기 위해서는 보호자 자격의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가끔 어르신이 전화통화에서 저를 몰라볼 때 ‘119 불러서 응급실에 모시고 가 입원시킨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금방 인지하시곤 합니다.

     

     

     

    Q3. 후견인으로 선임되었을 때의, 기분이나 책임감 등에 대해 궁금합니다.

    A.

    공공후견인 1호가 된다는 설렘으로 많이 따져보지 않고 선뜻 용기를 냈습니다. 그러나 막상 후견인으로 선임되기 위해 10가지 서류들을 준비하고, 생전 나와는 거리가 멀 것 같았던 가정법원 같은 데서 뭉치 서류가 송달되고 사건번호가 지정되니 겁이 덜컥 나더군요. 책임감과 부담감이 큰 일임을 바로 직감했습니다.

     

     

     

    Q4. 후견인이 되면서 처음 알게 된 사이인데, 라포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다면 어떠한 일이었을까요?

    A.

    제 주변에 노인 분들이 많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경증치매로 인해 라포 형성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라포 형성을 위해서 조급한 마음을 갖지는 않았습니다. 후견인으로서 관계를 지속하다 보면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라포 형성이 급진전되는 결정적인 순간이 옵니다. 그때까지 노인 분야 전문가로서 내가 알고 있는 노인에 대한 모든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여 진정성 있는 상담을 하고, 빈손으로 들르지 않고, 약속을 잘 지키는 등 친절하고 예의바르며 일관된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Q5. 피후견인어르신께서 언제 가장 행복해보이고, 기뻐보였는지 궁금합니다.

    A.

    노인의 특성상 감정의 큰 기복은 없지만 평소 빠듯하게 생활하기 때문에 생활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기회나 정보를 제공했을 때 가장 기뻐하셨습니다. 가령 긴급의료지원비 신청을 도와드리고, 불필요한 적금을 해약해드리고, 텔레비전을 하나 구해 드렸을 때 기뻐하셨어요.

     

    또, 병원 입원, 휴대폰 개통, 은행업무, 도시가스 설치 등 계약관계가 성립되는 일에 있어서는 사무처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든든해 하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Q6.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으며, 어떤 방법으로 이겨냈는지 궁금합니다.

    A.

    전화를 잘 받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어르신이 후견인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통화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주 전화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라포가 형성되기 전에는 전화통화시 상대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도 큰 문제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인내심을 가지고 제가 누구인지 반복해서 설명하는 방법 외에는 없었습니다. 제 사진과 연락처를 어르신 방 벽에 붙여 놓았는데 조금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다른 힘든 점은 저의 일터나 집에서 피후견인 댁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 만남을 위해서는 하루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부담이 항상 있다는 점입니다.

     

     

     

    Q7. 후견인의 (많은 책임 및 부담 등으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A.

    후견인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백 번 듣는 것보다는 직접 해 보시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하겠습니다만 후견인이 되어 보라고 쉽게 추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공공후견인이냐 일반후견인이냐에 따라 신상보호가 주가 될지 재산관리가 주가 될지 업무의 성격이 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인권에 대해 신념을 가진 분이 자발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Q8. 좀 더 나은 후견인제도를 위해 이것만큼은 변화했으면 좋겠다 하는 점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A.

    당장 제도적인 장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은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도 변화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래서인지 현장에서 경험하는 후견인 제도에 대한 이해도와 적응도는 생각보다 높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활동의 막연함에서 오는 후견인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후견인들이 필요할 때마다 자문을 구하고 믿고 의지할 강력한 전문가 조직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Q9. 앞으로의 후견인으로서의 계획이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의 신상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어떤 것이 피후견인이 여생을 가장 잘 살아가는 데 최선인가를 피후견인과 함께 의논하고 선택을 도와드리는 과정이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Q10. 나에게 후견인이란, 000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A.

    나에게 후견인이란 ‘다른 사람의 삶을 기꺼이 살아보는 사람.’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 배에 기꺼이 승선하여 항해할 수 있는 자기 확신과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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